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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예술 이야기

[하정우 개인전] 큐레이터가 바라본 ‘아트 테이너’의 양면성

하정우, '무제(Untitled)', 2024, 캔버스에 혼합 재료, 193.9x259cm. [학고재갤러리]

 

전시기획자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20여년을 활동해오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예술인, 전문가와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업 작가의 비중보다는 아트 엔지니어, 로보틱 아티스트, IT기술자, 미술심리치료사, 미디어 전문가 등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있는 분들과의 교류가 잦다. 아무래도 최근 예술과 기술융합이란 트랜드에 맞춰 예술 생태계도 유동적으로 이동한다. 필자 역시 몇 년전부터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하는 예술과 기술융합 사업을 3년여 남짓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고전적 작가로서의 활동을 기대하는 시각이 편협된 생각일수있다는 의심을 한다. 더욱이 하정우란 배우의 활동 스토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10여년 스튜디오에 출퇴근을 하며 창작에 매진하는 모습과 최근 35점의 신작으로만 구성된 개인전을 보며 단단한 작가적 마인드와 실제 활동에 스스로 반성도 하게되었다.

얼마전 스토리에도 전시리뷰를 올렸지만, 10년전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배우 하정우가 창작활동을 시작하며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당시에는, 과연 배우활동과 병행하며 꾸준한 작업을 할 것인가? 혹 매 전시마다 신작의 비율이 얼마나 높을까? 작가로서의 철학과 신념이 굳건할까?! 등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건 사실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아티스트의 홍보 마케팅과 아티스트란 고급화 전략을 통해 이미지 마케팅을 하려는 모습이 비판적이다. 그 안에서 꾸준한 활동을 보이는 몇 안되는 작가들과 그들의 활동에 주목하며 아티스트의 정의도 새롭게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 하정우가 지난 25일 서울 학고재 화랑 입구에 전시된 자신의 200호 대작 ‘무제' 앞에 서 있다. (출처: 조선일보_신정선 기자)

 

 

‘아트테이너 Arttainer’의 양면성, 아티스트들의 다양성을 말하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 대한 재능도 발휘하는 스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후 꾸준한 양쪽 활동을 병행하는 나얼을 시작으로 영화, 그림작업을 병행하는 구혜선, 솔비, 이혜영 그리고 오늘 소개한 배우 하정우까지 배우의 색깔만큼이나 작가로써의 스팩트럼도 다양하다.

이들을 아트(Art)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아트 테이너 Arttainer ’란 신조어로 칭한다.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는 연예인을 칭하는 ‘아트테이너’를 향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비판하는 측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연예계 활동을 통해 얻은 지명도를 통해 ‘프리패스’하듯 미술 시장에 손쉽게 진입하며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무임승차자'로서 신진 혹은 전업 작가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거나, 유명세의 확장을 위해 예술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작품보다 이름을 앞세워 과대포장한다는 것이다. (참고_2021.03. Vogue 주목할만한 아트테이너 5인)

 

작가라면 표현 방식에서 정체성으로 불리울만한 개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아트테이너들의 작품들은 본연의 형식 요소와 철학, 개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잘 알려진 거장과 화풍이 유사하거나 대부분의 주제가 ‘내면의 치유’, ‘연예인이 아닌 인간 그대로의 나’ 등에 한정되는 것이 태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제도권 교육을 중시하는 미술계의 폐쇄적인 구조나 엘리트주의 등에서 파생되는 아트테이너에 대한 편견을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이영란 칼럼니스트는 “연예인 화가들의 작업이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는 것도 문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업 활동을 무시하는 발언도 문제다”라며, “ 이 같은 폄훼 저변에는 ‘자격 없는 이들이 미술시장에 자꾸 들어와 내 밥줄을 빼앗는다’는 박탈감이 깔려 있기도 하다”라고 지적한다.

 

하정우는 아이러니하게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그림을 시작했다. 20대 중반 ‘선택받아야만 일할 수 있다’는 불안은 그를 옭아맸다. 아무런 지식도 없던 그는 무작정 문구점부터 찾아갔다. 남들이 모두 쓴다는 수채화 물감과 4B연필을 사들고 그림을 그렸다.하정우는 기자간담회에서 "내 그림이 낯설고 서투르지만 진심과 마음을 담으면 분명히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전업작가가 아니다'라는 지점에서 오는 부정적 시각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가로서 인정받는 건 현재 나에겐 큰 의미가 아니다"라며 "지금 조금씩 깊이를 쌓아가면 언젠가는 무슨 평가든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가에 귀 기울이는 대신 그는 매 순간 '만 시간의 법칙'을 떠올린다고 했다. 1만 시간 노력하면 무엇이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을 떠올리며 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 하정우가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두고 '아이를 낳는다'는 표현을 쓴 이유다. (참조_하정우 인터뷰 기사 중 발췌)

 

ArTrip의 리뷰 한마디..

한 아티스트가 매 전시마다 신작으로 개인전을 구성한다는건 대단한 열정과 시간이 필요한 힘든 여정이다. 모든 창작과정이 큰 에너지를 요하지만, 아이디어 단계부터 소재, 구상, 에스키스 등 준비단계부터 작업과 전시연출까지 기나긴 여정이라 할수있다.

그래서 아쉽지만 많은 작가들이 여러전시에 동일 작품 혹은 자신의 대표작 등을 여러번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하정우 개인전은 2024년 신작 35점 으로 모두 구성되었다는게 놀랍고 게다가 200호 내외의 대작이란점, 그리고 매 전시마다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최근 "아트 테이너 Arttainer"(아트(Art)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의 양면성을 빗대어 비판하는 목소리가 예술계에선 여전히 크다. 연예계 활동을 통해 얻은 지명도를 통해 ‘프리패스’하듯 미술 시장에 손쉽게 진입하며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무임승차자'로서 신진 작가 및 전업작가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거나, 유명세의 확장을 위해 예술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작품보다 이름을 앞세워 과대포장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조류에 맞춰 예술현장도 변하기 마련이다. 아니면 도퇴된다는건 자연의 섭리라 본다.

K-Pop, K-Art 시대에 이는 당연한 흐름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색깔을 꾸준히 지켜온 작가라면 아트 테이너던 전업작가나 신진작가이던 어디서건 빛을 발할것이다.

이번 전시는 기획자이자, 작가인 나에게도 크나큰 울림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했다.